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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 선택형 수능과 수능 연 2회 실시

 

몇 년 전 수능과 관련한 정책이 발표된 적이 있다. 그 당시의 주요 사안은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수능을 연 2회 실시한다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수능에서 탐구영역 선택 과목을 1과목으로 줄이면서 각 탐구 영역별 과목수를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안들은 공청회 등을 통한 공론 결과 수능 연 2회 실시는 보류가 되고, 탐구영역 선택 과목 축소는 2과목 선택으로 결정이 되었으며, 과목수 축소는 일부로 그치게 되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수능 연 2회 실시 보류

- 1차와 2차 시험의 난이도 조절 어려움

- 고득점자 증가로 변별력 감소

- 1차 시험과 2차 시험 사이에 단기 특강 등의 사교육 유발

 

2. 탐구영역 선택 과목 1과목으로 축소 취소

- 주요 과목과 고득점이 쉬운 과목으로 선택 편중

- 선택 과목 편중으로 인한 비인기 과목 선생님들의 반대

- 탐구영역 축소로 인한 국어, 영어, 수학 위주의 수업으로 공교육 파행

- 과목수 축소로 인한 담당 선생님들의 지위 불안

 

위의 이유들 외에도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대략적인 주요 이유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너무 사교육을 의식한 정책 결정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비인기 과목 선생님들의 이기적인 모습일 수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그만큼 수능에 대한 변화를 꾀하는 정책은 정책 생산부터 결정과 시행까지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위의 결정들이 나오고 나서 곧이어 나온 정책이 바로 올해부터 시행되는 국어, 영어, 수학의 A/B 선택형 수능이다. 물론, 여기에도 나름의 명분은 존재한다. 가장 큰 명분이라면 지금보다 조금 더 쉬운 수능을 선택 할 수 있도록하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과 이를 위해 EBS만으로 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고, 그 결과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B선택형 수능이란 무엇인가? 우선 A형은 기존 수능보다 난이도가 쉬운 문제로 출제되고, B형은 기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로 출제가 된다. 물론, 수학의 경우에는 난이도뿐만 아니라 출제 범위에서도 차이가 난다. 또한 각 학생은 3개 영역 중 B형을 2개까지 선택이 가능하며, 국어와 수학은 동시에 B형 선택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런 A/B형의 선택은 어디까지나 수험생의 자율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이미 작년부터 각 대학들은 수능 필수 응시 영역 및 수능 최저 등급 기준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선택형을 실시하면서 조건을 붙이는 바람에 각 대학이 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았다. 누구나 예상을 했던데로 자연계열(이과)은 국어A, 수학B, 영어B로 거의 통일되었고, 인문계열(문과)은 국어B, 수학A, 영어B로 통일되었다. 특히 이런 현상은 상위권 대학들에서 더 잘 나타나고 있다. 과연 선택형 수능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은 상위권보다는 중위권 학생과 중위권 대학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선 중위권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A형을 선택해서 좋은 점수를 받는 대신에 상위권 대학 진학의 기회를 포기 할 것인가, 아니면 어려운 B형을 선택해서 점수가 낮게 나오더라도 상위권 대학에 대한 응시 기회를 잡을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선 것이다. 즉, A/B형 선택은 단순이 난이도가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원 가능한 대학의 수준을 선택해야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런 문제는 상위권 학생들이라고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작년과 올해 현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의고사 및 학력평가를 각 영역별 선택 비율을 보면 알 수 있다.

- 수학에서는 A형 : B형의 선택 비율이 약 60% : 40% 정도로 나오며, 이는 기존의 문과와 이과의 비율과 비슷하고, 그 전에도 시행되던 가/나형 선택과도 비슷한 비율이다. 즉, 수학에서는 선택형 수능이 전형 새로울 것이 없는 정책이다.

- 영어에서는 A형 : B형의 선택 비율이 약 80% : 20% 정도로 나오며, 이는 각 대학에서 자연계열이건, 인문계열이건 영어는 모두 B형을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중상위권 이상의 학생들은 모두 영어B를 선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영어A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영어 성적이 극히 저조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80%에 달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영어B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영어 또한 선택형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는 측면이 있다.

- 국어에서는 A형 : B형의 선택 비율이 약 50% : 50% 정도로 나온다. 이는 일단 선택 조건에서 국어와 수학을 동시에 B형으로 선택 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학에서 B형을 선택한 약 40%의 학생들은 무조건 국어A를 선택한 것으로 봐야한다. 또한 수학A를 선택했던 문과와 예체능계 학생들 중 국어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의 일부가 국어A 선택으로 이어졌다고 본다면 그 비율이 이해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선택 비율이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가? 결과적으로 수학과 영어는 선택형 수능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국어에서 그 모든 효력이 나타나게 되는데 문제는 상대적으로 국어에 유리한 문과 학생들이 B형으로 몰려 평균 점수가 올라가고, 국어에 상대적으로 불리했던 이과 학생들이 A형으로 몰렸지만 A형 자체가 난이도 쉬운 문제이기에 A형에서도 평균 점수가 올라 갈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상위권대학들이 정시에서 사용하는 표준점수 자체가 낮아져 국어의 변별력이 떨어지는 효과로 나타난다. 이는 최근 치러진 몇 차례의 학력평가 결과를 봐도 알 수 있다.

 

다음은 현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선택형 수능 이전의 모의고사 결과와 현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선택형 수능의 모의고사 결과이다.

 

국어

수학

영어

A

B

A(나)

B(가)

A

B

현 대1

(선택형 이전)

2011학년도

고2 11월 모의고사

응시인원

559087명

346115명

207914명

559263명

평균점수

57.68점

39.98점

29.13점

52.27점

1등급

표준점수

131점

147점

142점

134점

현 고3

(선택형)

2012학년도

고2 11월 모의고사

응시인원

272589명

267895명

334643명

205648명

88476명

452792명

평균점수

70.17점

72.31점

31.12점

39.09점

34.64점

51.24점

1등급

표준점수

121점

122점

145점

141점

146점

139점

위의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수학에서는 소폭의 하락이 보이지만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영어에서는 A형에서는 큰폭의 상승이, B형에서는 약간의 상승이 보이지만 우리가 봐야 하는건 약 80%의 학생이 선택한 B형이고, B형에서 표준점수의 상승은 오히려 변별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반면에 국어는 A형과 B형 모두 10점, 9점의 하락이 나타난다. 이런 점수 하락은 변별력이 낮아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물론, 이런 부분은 앞으로 난이도 조절이라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해결이 가능하고, 최근의 자료에서는 그런 가능성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매년 수능에서 난이도 조절은 초미의 관심사였고, 그 결과가 만족스러웠던 적이 그리 많지는 않았으며, 해를 거듭하면서 출렁이는 난이도를 봐왔던 점을 고려할 때 그리 큰 낙관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이러한 예상은 각 대학들도 하고 있을 것이고, 그에 맞춰 각 대학들은 정시에서 국어 점수의 반영 비율을 예년에 비해 낮추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런 문제점은 표준점수와 변별력 확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등급에서도 나타난다. 간단히 얘기하면 특히, 국어에서는 응시 인원이 각 A/B형별로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등급 확보가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존에 1등급을 확보 할 수 있었던 학생도 인원수가 줄어들면서 2등급이나 3등급으로 밀려날 수 있고, 이는 수시에서 수능최저등급 기준의 요건을 맞추는데 어려움으로 작용 할 것이다. 이 또한 각 대학들은 수능최저등급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 올해 2014학년도 입시의 특징이다.

 

그런데 이런 정책을 질러댄 정부는 이미 새로운 정부로 바뀌었고, 대학은 반영 비율을 낮추거나, 등급 기준을 완화하는 방법으로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는데, 과연 대학들이 이대로 보고만 있을것인가? 또한 각 고등학교에서도 중위권 대학의 A/B형 선택에 맞춰 진학 지도를 해야하는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며, 학생들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몰라 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간만에 대학, 고교, 학생 모두가 한 목소리로 선택형 수능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게 요즘의 상황이다. 따라서 이 제도는 조만간 폐지되리라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 수능에서 이를 강행하려하며, 내년 수능에 대해서는 8월에 가서야 그 대책을 발표 할 예정이다. 올해 수능이야 이미 시행령이 나왔으므로 그렇다치더라도 내년 수능에 대한 결정은 빨라야한다. 그래야 현재 고2 학생들부터라도 혼란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바로 앞에서 얘기한 정책들의 결정과 보류, 폐지, 시행의 과정들이다. 지난 정부에서 무턱대고 내놓은 정책이 교사들의 반발로 보류 및 폐지되고, 그럼에도 뭔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부랴부랴 내놓은 정책이 이토록 혼란을 일으키고, 당장 시행을 앞둔 지금 폐지 얘기가 나오는 상황을 다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입시 3년 예고제는 물론 기존에도 해오던 원칙이지만 이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 될 만하다. 그러나 임기 내에 그 성과를 보겠다는 생각에 섣부른 정책 결정은 없어야 한다. 정책 결정권자에겐 5년의 임기와 인기겠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겐 인생이 걸린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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